마지막 사랑이게 하소서
시인 / 규대 전철의
낭송 / 박선민
[1]
삶의 뒤안길
그 짧은 곳 뒤돌아보면
사랑은 언제나
깊은 상처보다 더 깊었습니다.
겨울의 깊은 고독 속
비로소 사랑으로 아팠던 자리를
살피게 하소서
[2]
결코 피할 수 없는
사랑의 겨냥 앞
단 한 번의 빛나는 표적지
마침내 상처가 되고만 가슴을
이젠 피하게 하소서
[3]
마지막 부호 같은 웃음을 떨어뜨리고
늦은 새들이 떠나간 뒤
내 눈앞에서
무너지지 않는 하루
어디든 그냥 있는 것은 없고
마른기침 하얗게 날리며 외투 깃 올리던
겨울의 깊고 깊은 침묵을 여는 소리로
내내 쓸쓸하였던 영혼의 뜰
채우게 하소서
[4]
사랑했던 사람과 다만
기억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
이젠 상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하시어
사랑이 완성되는 것임을
내게 알게 하소서
[5]
사랑은 언제나 상처보다 깊었음을
깊은 겨울, 그 순백의 고독 속에 비로소
사랑으로 아팠던 자리를
사랑하게 하소서
그리고 나에게
이런 사랑이 마지막 사랑이게 하소서